오래간만에 신발끈 동여 매고 길을 나섰다.
구제역때문에 18코스가 늦게 열린탓도 있지만
그동안 밭농사 짓는 재미에 빠져 먼길오는 마음을 갖지 못했던것 같다.
시골사람 , 잠시 농사 접어두고 나들이 가는 기분이다.
손으로 밭일하던 즐거움을 잠시 잊고
발로 걷는 행복함을 모처럼 다시 느꼈다.
농사지어 뱃속 든든이 채웠으니
길 떠나서 마음도 토실토실 살찌워 와야겠다.
오랜만에 걷는 올레길이라
출발점에 서니
살짝 마음이 설랜다.
신발끈 동여매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
장마철 이른 아침이라
산지천 마당엔 안개가 자욱하다.
산지천변엔
도시의 소음마저 안개에 갇혀 버렸다.
산지천 물속 바위위에
하루방인가 부처님인가...
반가운 아침인사 건네고
갈길을 재촉한다.
부산에서 배타고 제주온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12시간 걸려 처음 제주에 왔던
그때의 추억이 새록 새록 ~
사라봉 올라가는 입구.
사라봉과 별도봉은 제주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책 코스중 하나다.
근처에 화장실이 없어 급한 마음에
근처 교회에 들어갔더니
친절하게 부탁을 들어주신다.
감사했습니다 !!
사라봉 오르는 계단.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침에 몸풀기 적당한 길이다.
사라봉 정상근처는 완만한 경사길.
밤새 해풍에 씻긴 나무들 자태가
무척 싱그럽다.
사라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안개에 묻힌 시내가
고즈넉해보인다.
별도봉쪽으론 한폭의 동양화가 펼쳐져 있다.
저 동양화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사라봉 정상 전망대.
시원한 아침공기를 허파에 가득 채우고 내려가기 시작 !
사라봉 올라온 반대방향 산책로도
산뜻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산새소리 벗삼아
아침산책하는 사람들로 하루의 시작이 활기차다.
저 아래 연안 부두엔
나그네들을 실어 나르는
하얀 배도 묶여 있고...
청정한 제주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그 푸르름이 훨씬 더 한것같다.
제주항 바로옆에도
이렇게 멋진 절경이 자리잡고 있어
내눈을 즐겁게 해준다.
푸르런 해송과 바위,끝없는 바다의 파노라마가
걷는길 옆으로 펼쳐져 있다.
사라봉 내려가는 길.
숲내음,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지른다.
참 아름다운 길이다.
왔던길 뒤돌아 보면
거기엔 항상 또다른 즐거움이 깃들어 있다.
길 중간에 만난 돌 하나.
이름이 ' 애기 업은 돌 ' 이란다.
이 한여름에 엄마 돌이 덥겠다.
무거운 아들을 업고 버티고 서 있으려면...
저 멀리 화북 포구가 보이고
바닷가 숲속으로 난 길이
나를 그 포구로 이끌고 간다.
사라봉 산책로를 벗어나자
길위에는 올레꾼만을 위한
한가로움과 여유가 묻어있다.
곤을동 마을터.
4.3사건 당시
군경들이 이 마을 주민 24명을 학살하고
마을을 전부 불태워 버렸다.
지금은 무심한 잡초들만이 집터를 지키고 있다.
바닷가 평화로워 보이는 저 마을 집터에
가슴아픈 제주의 역사가 잠들어 있다.
화북 금산 농로를 따라
올레길은 계속되고...
금산마을의 비석거리.
옛날 전남 강진에서 오는 관리들이
이 화북 포구를 통해 들어 왔는데
선정을 베푼 관리들을 기억하고자
비석을 하나 둘 세웠다 한다.
올레길옆 어떤 집에
손수 가꾼 정원이 무척 예쁘다.
한여름 따가운 햇살속에
마을 안길은 평안함에 잠겨있다.
무성한 잡초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길은 이어지고...
화북포구.
옛날에는 전라도를 오고 가는 뱃길로
무척 붐비는 포구였다한다.
담벼락 위로 피어있는
능소화가 올레꾼을
반갑게 맞아 준다.
지하에서 솟아나오는
용천수 빨래터.
물이 무척 맑고 시원하다.
산골에서 보는 빨래터와는 조금 색다른 풍경이다.
환해 장성.
삼별초군을 막기위해
제주도 해안선 300 여리에 쌓은 석성.
별도 연대.
제주도 바닷가에는
외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한
이런 봉수대가 많다.
끊어질듯 말듯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걸음 한걸음마다 달라지는 길가의 풍경이
단조로움과 피로함을 잊게 해준다.
제주길을 걷다 가끔씩 만나는
동물 가족들이
이젠 무척 친근해진 느낌이다.
처음엔 뒷발에 채일까봐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저 모퉁이 돌면 또 뭐가 보일까 ~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면서
타박 타박 발걸음을 옮긴다.
벌낭포구 입구.
집앞 텃밭을 보니 시골 내 텃밭이 걱정되네 ~
잘 자라고 있겠지 ~~
길섶에 핀 꽃들은
이 더위가 반가운 모양 ~
자태들이 더 선명하네 ~
백년초 선인장 꽃이 연노란색이네 ~
자주색 열매는 많이 봤지만
꽃핀 모습은 오늘 처음 본다.
베낭에 넣어둔 물통이 뜨끈 뜨끈 ~
커피타서 마셔도 될정도로 ~
올레길옆엔 작은 가게도 잘없다.
아 ! 시원한 맥주 한잔 했으면 ...
삼양 검은 모래 해변.
여름철 피서객 맞기 위한 준비가 한창.
바다 구조대원들도 연습에 열심이고...
해수욕장 근처 가로등들이
그 생김새가 좀 특이하다.
밤에 불을 켜면 멋있을것 같은데 ~
올레길옆 자그마한 동굴에
용천수가 솟아나와 샘을 이루고 있다.
뜨거운 태양아래 걷느라
달아오른 발바닥을 좀 식혀 보는데...
깊은 계곡물보다 발이 더 시리다.
오늘 내 발이 간만에 호강했다.
원당봉 둘레길.
원당봉 둘레에는
불탑사,원당사,문강사등 절들이 많다.
명당 자리라서 그런가...
지나는 발걸음도 웬지 가벼워진다.
걷다가 잠시 뒤돌아 보며 휴식.
불탑사.
단아한 절모습에
마음마저 편안해진다.
불탑사 5 층 석탑.
보물 1187호.
신촌 가는 옛길.
마을 사람들이 신촌 마을에
제사밥 먹으러 다니던 옛길이라나...
재잘 재잘
동네 아이들 뛰어가며 장난 치는 소리가 들리는듯 ...
밭사이로 난 포장길에선
태양열에 달구어진 길 때문에
발바닥이 따갑다.
한여름 더울땐
그늘있고 걷기 편한 숲속길이 최고다.
이름모를 야생화와 무성한 수풀사이로
올레길은 바다로 향한다.
바위위에 새겨진 무늬들이
하나같이 모두가 예술품이다.
틈틈이 야생화들이 데코레이션까지 해주고...
시비 코지.
누군가를 기리는 시비가 절벽위에 서있는데
해풍에 씻겨 글씨가 잘안 보인다.
편안히 잠들라는 뜻 같은데...
그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에는 무심한 낚싯배 한척만 오락 가락...
절벽 바위틈에 핀 꽃들이
어쩌면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지...
발바닥에 전해오는 푹신한 흙의 느낌과
온몸에 와 닿는 시원한 해풍에
조금은 피로해진 다리에 다시 힘이 솟는다.
닭머르 ( 닭모루 ).
바닷가로 튀어 나온 바위 모습이
닭이 흙을 파헤치고 앉은 모습을 닮아서 붙인 이름.
제주도 방언은 몰라서 어렵지만
웬지 정감이 가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말이다.
올레길 옆 곳곳에
지하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모아 목욕탕,빨래터로 사용하는 곳이 마을 마다 있다.
가끔씩
이런 다리를 건너 다니는것도 올레길의 남다른 재미다.
관광버스 타고 이런 다리 건널수 있어 ? ㅋ ㅋ
동네 아이들 ~
정말 시원해 보인다.
땀에 흠뻑 젖은 내 몸이
바다속으로 뛰어 들려는걸
내 이성이 억제 시키느라 혼났다 ㅋ ㅋ.
대섬.
조천 마을과 신촌마을 경계에 위치한 섬.
점성이 낮은 용암이 흘러 퍼져서 만들어 졌다한다.
섬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레길은 계속된다.
어릴적 개울가 징검다리 건너는 기분으로
팔짝 팔짝 뛰어 보기도 하고...
누군가 바닷가에
불탑을 만들어 두었다.
태풍에도 안넘어질것 같은데...
만든 사람의 정성이 대단해 보인다.
연북정.
옛날 제주로 유배를 왔던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
북녘의 임금을 그리워 하며
한양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곳이다.
망망대해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정말 더운 날씨였다.
오래간만에 6시간을 걸었더니
땀도 많이 흘렸고 배도 고프다.
하지만 머리속은 맑아지고
가슴속은 모처럼 시원해진 느낌이다.
조천의 만세동산.
3.1운동을 기리기 위한 기념탑과
공원이 조성 되어 있다.
3.1 운동 기념탑.
오늘 점심 메뉴는
제주에서만 먹어볼수 있는
고기국수로 정했다.
돼지뼈 사골 육수에 국수와 삼겹살이 들어있어서
처음 먹어 봤지만 내 입맛에는 괜찮은데...
제주시 삼성혈 앞에 고기국수 전문점들이 많다.
멸치 육수 국수,만두,국밥등도 같이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