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20코스가 드디어 열렸구나 ~
근 반년만에 다시 올레길에 섰다.
욕심 같아서는 이 길이 21코스에서 끝나지 말고
계속 제주의 어디론가 연결되었음 ...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숙소앞 관덕정이 촉촉히 젖어있다.
20코스 출발지인 김녕 서포구로 가는 길옆 바닷가에
수국들이 함초롬이 이쁘게 피어있다.
제주의 수국들은 송이들이 무척 크고 탐스럽다.
담벼락에 핀 수국들.
제주에는 이맘때면 수국들이 지천이다.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는 간세.
이번엔 나무로 만들어 스템프까지 비치해두었다.
돌표지석엔 아직 이정표가 안붙어있네 ~
20코스 시작을 알리는 간세가 가리키는 김녕 서포구가
새벽 비바람에 씻기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던 20코스 개방 환영 현수막.
이젠 너무나 눈에 익은 제주의 마을 안길.
이른 아침이라 골목에 구수한 아침 밥익는 냄새가 퍼져있다 ~
마을앞 바다에 이름모를 해초들이 듬뿍 ...
마치 민물 저수지 같다.
쉬어가면 좋을듯한 마을 정자도 있고 ~
이집엔 집나간 사람이 있나...
대문켠에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빈 의자 하나 놓여있다.
비바람치는 바닷가 옛등대 정자엔
객들이 아침부터 술잔이 오고 간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
이길은 바람의 길이다.
제주 서부쪽 해안보다 바람이 드세다.
시야에는 내내 풍차가 보이고 ...
여기가 김녕 성세기 해변인듯 ...
바다도 내리는 비에 촉촉이 젖어있다.
해변가 잔디밭엔 이른 캠핑족들이 많다.
비가와서 밤새 고생 좀 한듯 ~
캠핑족을 뒤로하고 길은 바닷가로 ...
6월의 푸르름이 해풍과 어우러진다.
그 사이로 바람이 길을 낸다.
모래사장에 핀 꽃이
내 눈과 발걸음을 즐겁게 해준다.
옛날 , 밤에 어부들이 바다에서 돌아올때
등대 역활을 했던곳 같다.
밤에 불을 피워두면
제일 마지막에 돌아온 어부가 불을 끄고 갔다는 ...
비에 젖은 바위들이 미끄러워
건너뛸때 조심 조심 ~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빈초소.
초병이 서있던 그자리로
이젠 바람만 들락 날락 ...
환해장성의 일부인듯한
돌담들이 해풍을 막아준다.
길가에 보이는 작은 동굴로
바다가 들어온다.
하늘을 보니 오늘은 코스 다 걸을때까지 비가 내릴듯 ...
바람만 안 불어도 좋을텐데 ...
풍차를 바다 한가운데 세워놨다.
저기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맛이 짭짤하려나 ~
모래가 깔린 이런길은 폭신해서
내 발이 호강한다.
숲길로 들어서니 길 양쪽으로 온통 산딸기다.
한웅큼씩 따서 간식으로 먹으니 새콤 달콤 ~
피로도 풀리고 ...
지나는 마을 입구에
분홍빛 단장한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올레꾼들에겐 반가운 장소 ~
월정 해수욕장옆 공원 정자.
비바람이 몰아쳐 앉아 쉴수가 없다.
느긋하게 바닷바람 쐬며 쉬어 갔음 좋으련만...
그냥 발길을 재촉한다.
월정 해수욕장.
사람들 대신 비와 바람과 파도들만 놀고있다.
야트막한 야산에 쑥이 많아 쑥동산이라나 ~
오랜만에 숲길로 들어선다.
행원포구 전경.
광해군이 제주에 유배올때 첫 기착지라함.
포구 입구에 서있는 안내 비석.
중간 스탬프 확인 장소.
종이가 비에 젖어 있어 그냥 통과 ~
해안도로를 따라서 걷는 구간이 제법 되지만
이런길도 내겐 정말 좋다.
올레길이니까 ~
길은 밭 사이로 돌아가고 ...
걸으면 그냥 편안하고 ...
걷다보면 머리속은 정말 단순해지고 ...
도심의 회색빛에 피로해진 눈이
초록색에 물들어 또렷해진다.
내겐 이런길이 몸과 마음의 치유의 길이다.
새로운 기를 불어 넣어주는 ,
살아가고 싶은 의욕을 심어 주는길...
세찬 바람에 풍차들이 날 만났다.
윙 ~ 윙 ~
잘 돌아간다.
비에 젖은 옷과 신발땜에 몸은 좀 무겁지만
숲속에서의 발걸음은 무척 가볍다.
길가에 돌하나가 풀잎에 파묻혀
얼굴만 빼꼼이 내밀고
길가는 나그네를 쳐다본다.
숲길 가운데로 소나무 가지 하나가
작지만 정성스럽게 그늘을 만들어준다.
밭 한가운데 섬이 2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풍경 하나.
곶자왈로 들어 가는 입구.
짧지만 그래도 곶자왈이 가질건 다 갖추었다.
햇빛마저 차단된 어두운 숲길,온갖 음지 식물들 ...
짧은 곶자왈을 빠져 나오니 좌가연대가 보인다.
연기와 불빛으로 연락을 주고 받던 옛날의 통신시설.
좌가연대 올라가는 입구.
숲속의 나무들이 비옷을 입고 서있다.
좌가연대 안내 표지석.
숲속의 고즈넉한 풍경이 지나온 내 발자취를 품고있다.
계속 내리는 비로 곳곳의 길이 물에 잠겼다.
돌아갈거 뭐있나 ~
그냥 물속으로 덤벙 덤벙 통과 ~
길은 구비구비 밭사이로 헤엄쳐 나아가고 ...
이놈은 욕심도 많네 ~
동서남북
모두 영역 표시를 하고 있구먼 ~
산 넘고 물건너 go ~ go ~
야생 고양이 한마리가
비에 젖고 배가 고파 지친듯
인기척에도 도망도 안간다.
한동리 계룡동 정자.
종점까지 약 3 km 남았다.
지나는 길옆 , 갖가지 색깔의 수국들.
시골집 우리 마당에도
올해는 수국이 아주 예쁘게 폈던데 ...
고목에 꽃핀듯.
나무지팡이 같은데서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올레길 고속도로 ~ ㅎㅎ
저넘어 세화 마을이 보인다.
언젠가 와서 회먹었던 해창호 횟집이 올레길 옆이네 ~
가오리 한마리가 수족관 안에서 호객행위를 하고있다.
그 모습이 귀여운건지...징그러운건지 ...
세화 오일장 장터.
5일 , 10일에 장이선다.
가는날이 장날이었음 좋았을텐데 ...
여기에 순대국밥 맛있게 하는집이 있다는데 담에 함 먹으러 와야겠다.
세화장터 지나 조금 가니
오늘의 종점
해녀박물관 안내판이 보인다.
초가지붕 , 양철지붕 , 부직포 지붕
한자리에 다 모여있다.
20코스의 종점
해녀박물관.
21 코스가 열리는 날
이곳을 다시 찾을것을 기약하며 ...
비바람속에서 걷는다고
퉁퉁 불은 내 발이 오늘 고생 좀 했다.
늦은 점심은 동복리 해녀촌에서
맛나는 회국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