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을 걸어온지 3년째.
우도의 1-1 코스를 돌아나와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되는 1코스를 걸을때만 해도
제주도를 한바퀴 걸어서 돈다는 생각은 미처 안했는데 21코스를 끝으로
어느새 올레길을 완주하게 되었다.
걸어서 다녔던 그 골목길과 밭길의 정겨운 모습들 , 오름의 정상에서 시원한 제주의 바람 받으며 먹던 점심 도시락 ,
열번중 여섯일곱번은 제주의 비바람과 모진 눈바람을 맞으며 걸었고 , 두어번 길을 잘못들어서 난감해 하던일 ,
올레길 걸은후 동문시장에 가서 먹은 아강발과 막걸리맛은 또 어떠했고...
내가 걸어본 제주도는
그 전에 내가 알던 제주도가 아니었다
구석구석 발길 닿은곳은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곳이었고
내게 긍정의 힘과 자신감을 그득히 선물해준 신비한 곳이었다.
마을길 , 숲길 , 밭길 , 해안길
걷는동안 나를 지켜준 모든 길위의 정령들에게 감사한다.
21코스의 시작점.
눈발이 희끗희끗 날린다.
21코스가 공식적으로는 올레길 마지막 코스라기에
무척 아쉬운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시작점에 섰다.
해녀 박물관을 등지고 올레길에 들어선다.
올해 들어 오늘이 가장 춥단다.
제주의 겨울 칼바람이 온 몸을 할퀴고 지나가도 견딜만큼
우리 모두 눈만 남기고 온몸을 무장했다.
아빠의 올레 완주 기념으로 딸도 함께 걷기로 ~
박물관 한켠에 배를 옮겨다 두었다.
지구에 대홍수가 오는날 이리로 달려와야겠다 ~ ㅎㅎ
모녀가 벌써 배 2대 예약해버렸다 ~ ㅋㅋ
박물관을 빠져나가 올레길 접어드는 입구.
하늘은 온통 찌푸린채 간혹 눈싸라기가 내린다.
연대동산 입구.
연대동산은 아주 야트막한 언덕이다.
아침의 제주 찬바람이 눈까지 시리게 한다.
연대동산 위에서 보니 저아래 바닷가 마을이 보인다.
언제 봐도 평화로워 보이는 제주의 어촌마을들.
동산 밑에는 넓직한 운동장이 있고 ~
올레길 걷다보면 제주도에는 곳곳에 이런 멋진 운동장들이 보인다.
동산 내려오는길.
동네 사람들 해녀박물관까지 왔다갔다 산책하기 좋은길.
언제 걸어도 정겨운 제주의 마을 안길.
올레길 표시외 숨비소리길이란 표시가 또있다.
이 마을사람들이 만들어 둔건가 ?
지나면서 대문 없는 집안도 살짝 구경하고 ~
죄송합니다 , 주인 없는집 마음대로 구경해서 ~
바로 바닷가 옆동네라서 그런가
지붕이 내 눈높이에 있네 ~
검은 돌과 무우밭의 녹색이 내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동네 강아지도 추운지 리어카 밑에서 왕왕거리고있다.
조금 걷다보니
몸도 마음도 훈훈해진다.
게다가 모처럼 가족이 같이 걸으니 추위도 잊어지는듯 ~
동네 까치들도 무우밭에서 노닐고 ~
날은 춥지만 한가로운 풍경에 발걸음은 가볍다.
한겨울에도 제주는 푸른색을 잃지 않는다.
제주에서는 오래 걸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은건 바다와 육지의 이런 푸른 빛때문일까 ~
하늘과 바다를 덮고 있던 시커먼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
저 멀리 노란게 유채꽃인가 ??
지금은 12월인데 ...
밭둑에 자리잡은 이나무는 소머리를 닮은것 같기도 하고 ~
바람때문에 풍차가 도는건가
풍차때문에 바람이 이리 부는건가 ~
마음속 잡념은 언제나 처럼 길위에 모두 내려놓고 간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속에
내 마음도 차분해진다.
참 제주도 지명은 발음하기 어려워 ~ㅋㅋ
이제 미로 같은 밭길 안으로 ~
비싼 입장료 내고 미로공원 들어갈거 뭐있나
온 제주 밭길이 미로인데 ~
돌담 밭길은 구비구비 ~
제주 올레길에 익숙하지 않은 딸은
이런 길을 따라 걷는게 재미있는 모양 ~
아우토반 고속도로 같은 밭길도 나오고 ~
새를 쫓아내려는듯
당근밭에 무언가 세워놨는데 ~
종이봉지 같은게 바람에 쏠리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아이디어도 좋아 ~ ㅎㅎ
밭 저너머로 오름들도 보이고 ~
날씨가 좀 화창했으면 좋았을텐데 ...
발걸음은 밭고랑을 벗어나 다시 바닷가 마을로 ~
조용한 마을엔 지나가는 우리 가족뿐 ~
별방진 찾아가는 길.
오른쪽에 돌로 높은 담을 쌓아둔게 별방진.
별방진 입구.
성벽안에 마을이 있는데 ...
제주에서도 처음 보는 풍경이네 ~
1510년 왜구를 막기위해 쌓았다는 돌 성벽.
아직 거의 원형 그대로이다.
성벽안의 마을.
저수지도 있고 ~
성벽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마냥 펑화스럽기만하다.
성벽이 온 마을과 밭을 에워싸고 있어 한 올레꾼이
마을로 들어섰다가 다시 돌아 나오고 있다 ~
이 마을은 어떤 태풍에도 견딜듯 온통 돌속에 파묻혀 있다 ~
성벽에 올라 옛날 이곳을 지켰을 용맹한 장수를 생각해 본다.
별방진 앞 바다에는 아직도 돌이 많네.
성벽 몇개는 더 만들수 있겠다.
올레길은 별방진을 떠나 이제 해안을 따라간다.
가능한 길위에 오래 있고 싶어
가다 서다 ~
사진도 찍어보고 ~
사람도 차도 없는 길위엔
겨울 바람과 파도와 우리뿐이다.
모녀가 걷는 즐거움에 점점 빠져드는듯 ~
가로 누운 억새풀이 제주의 바람세기를 말해 주는듯 ~
하늘의 구름이 바다에 떨어진듯
바다에 하얀 포말이 인다.
제주 올레길 와서 가지는 즐거움 또 하나는
뭐 맛나는 음식을 먹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
회 ? , 갈치구이 ? , 아님 흑돼지 ? ~ ㅋㅋ
잠시 사이
하늘엔 또 먹구름이 살짝 생겼다.
따끈한 커피 한잔이 생각날때 쉬어가기 좋은곳 발견.
석다원 내부.
의외로 방문객이 많았던 장소인 모양이다.
전직 대통령 사진도 있고 ~
석다원 건너편에는 중간 스탬프 찍는곳도 있고 ~
이 집엔 칼국수도 잘한다는데
우리 식구들
그것 한그릇 안먹고 나오는 바람에 두고두고 후회중 ~~
딸래미가 써붙인 글 한토막.
언제 다시 와서 이글 발견하면 무척 반가울듯 ~
쪽지를 어디에 붙여 놨나 확인중 ~
나중에 와서 못찾으면 이 사진 보면 알겠네 ~
그동안 스템프는 안찍고 다녔는데 오늘은 나도 찍어봐야겠다.
보자 ~
스탬프가 어디있나 ~
모든 코스 스템프를 찍어 완주 했다는것을 제출하면 기념품 준다는데
혹시 저처럼 스템프 안찍고 완주한 사람한테는 기념품 안주나요 ? ~
전 모든 코스 돌면서 스탬프 대신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놨는데 ... ㅎㅎ
제주의 억새들도 풍파 앞에선 어쩔수 없는듯 ~
내년을 기약하며 에너지 충전중 ~
제주의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버티고 견뎌온 나무들이
허리가 휜채로 서있는 모습들이 대견스럽다.
바닷가에 또 돌로 둘러 싸인 무언가 발견.
각시당이다.
각시당 내부는 음식을 차려놓을수 있게 해뒀다.
제를 올릴때 바다 바람도 피할수 있게 돼있고 ...
옷 입은 해녀 ?? ~ ㅋㅋ
제주의 동쪽이 다른쪽보다 돌이 더 많은것 같다.
눈에 보이는건 온통 돌 천지 ~
저 멀리
오늘의 하이라이트
지미봉이 어서 오라 손짓하며 기다린다.
제주의 꽃들은 정말 계절 감각을 잊고 사는듯 ~
하늘과 바다와 돌담.
그 안에 내가 들어있다.
돌담 너머 저멀리 토끼섬이 보인다.
토끼섬.
천연기념물 문주란 자생지란다.
토끼섬 앞 자그마한 섬은 갈매기들이 독차지.
토끼섬 앞에
토끼 같은 딸.
날씨는 춥지만 남국의 어느 섬에 온듯한 풍경이네 ~
저 멀리 우도가 보인다.
1-1 코스 , 우도를 걸을때 보고 느꼈던 아름다움과 평온함이
기억 저편에서 몰려온다.
성산 일출봉의 실루엣.
지미오름도 이제 한걸음 앞으로 바싹 다가오고 ~
하도해수욕장의 겨울 풍경.
길은 해안가로 우리를 끌고간다.
모래사장에 드러난 검은 바위들이 잠시 쉬어가라 손짓한다.
깅이와 조개들의 안식처 .
앉아서 쉬어가기 좋은 돌들이 지천이다.
돌틈의 깅이(작은게)도 잡아보고 ~
가족들과 함께 오니 내 사진도 많네 ~
혼자 와서 걷고가면 전부 풍경사진 뿐인데 ...
지미오름이 해변가를 걷는 사람들을 지긋이 내려다 보는듯 ~
갈매기 쫓는 해변의 허수아비 딸.
하늘은 다시 먹구름으로 덮혀간다.
언제 또 눈이 내릴지 ...
야트막한 모래사장에
맨발로 들어가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구름사이로 비친 햇빛이 모래와 물결을 부순다.
올레길 21코스의 내 족적.
마눌님도 열심히 족적을 만들며 따라 오는중 ~
해변의 모녀 상봉 ~
하늘의 구름이 지미오름에서 뻗쳐 나오는 기에 밀려 나는듯 ~
철새 도래지에 도착.
철새들중 선발대만 도착했나
오리 몇마리만이 마음껏 포식중이다.
철새도래지 수면에 반짝반짝 보석 같은 물결이 인다.
올레길 지도 보며 잠시 휴식.
이제 지미봉 가는 밭길로 접어든다.
따스한 봄날이 찾아 왔을때
밭둑 돌담에 기대어 좋아하는 책 한권 읽고 싶다.
야트막한 구릉도 지나고~
밭길에서 바라본 지미봉의 높이가 제법 높아 보인다.
오르려면 땀 좀 흘리겠는데 ~
당근 밭의 푸르른 에너지를 몸안에 가득 받아 들이고 ~
지미봉 오르는 입구가 저어기 ~
지미봉 입구.
입구에서 지미봉 정상까진 약간 가파른 길로 약 20분 걸린다.
등산이 힘든 사람들은 우회길로 가면 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360도 장관은 포기 해야할듯 ~
초입 부터 경사가 만만찮다.
무리하지 말고 쉬멍 오르멍 ~
오르는 도중 뒤돌아 보면 숲 사이로 언뜻언뜻
정상 아래의 풍경들이 보이는데 ~
그 풍경들이 예사롭지 않다.
힘든 경사길은 끝나고 ~
숨 돌리며 느긋하게 쉬어간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 제주도답다.
쉬었다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정상으로 다시 출발.
올레길 , 급하게 갈거 뭐있나
걷다 돌아보고 ~ 또 걷고 ~
정상에 오르니 성산 일출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오름 아래의 마을들 ~
가만히 앉아 귀 기울이면
동네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모두 들릴듯 ~
지미오름 정상 전망대.
난간에 서있으면 푸른 바다로 바로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든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는 정말 멋지다.
제주도 그림엽서 한장 눈에 담아간다.
자연속에 녹아들어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의 삶이 부럽다.
제주에서 택시 타면 기사분에게 내가 단골로 하는말.
" 제주 도지사 투표할때 개발 많이 하겠다는 사람은
절대 뽑지 마이소 ~ "
정상에서 고개만 회전시키면
다 이쁜 경치들이다.
전형적인 제주의 중산간 모습도 멀리 보인다.
힘들게 올라온 정상에서의 보는 즐거움에
기쁨은 2배 .
이쪽에는 말미오름이 보인다.
1코스 걸을때 저 오름 근처에서 길을 잘못 들어 1코스 포기하고 2코스로 다시 갔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 1코스를 걸었을땐 길이 안햇갈렸는데 ~
1코스 시작점
시흥초등학교가 보인다.
1코스 걸을때도 처음엔 비가 내려 우의를 입었었는데 ~
정상옆에 또 다른 전망대가 있어 다른 각도에서 경치 감상하기 딱 좋다.
뒤에 보이는 우도의 1-1 코스도 무척 기억에 남는다.
오후 햇살에 반짝이던 파도의 색깔 , 우도 길안내 강아지들 ...
모녀에게도 오늘 같이 걸었는게 많이 기억에 남겠지 ~
전남 장흥에서 오는 쾌속선이 성산으로 바로 오는통에
성산항 주위도 조금씩 변해 가는듯 ~
정상에서 내려 가기전 인증샷 !
지미봉에서 내려가는길.
지미봉을 내려오니 오름을 우회해서 오는 길과 만나게 되어있다.
지미오름 비석.
다음에 제주의 오름들을 찾아 다녀 보고 싶어
오름에 관한 책을 몇권 사 뒀는데 ~
오름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들은 어떨는지 ...
오늘 기념사진 많이 찍히네 ~ ㅋㅋ
오름 올라갔다 내려 온다고 고생들 했수 ~
이제 지미오름을 뒤로하고 또다시 길을 따라 나선다.
길은 바닷가로 향하고 ~
길은 돌담길로 이어져 종달리 해안으로 ~
지미봉 정상에서의 풍경이 생각나서
자꾸만 뒤돌아 보게되네 ~
종달리 해안길에 접어 들었다.
여름엔 관광객들이 바다에 들어가 조개 잡는다고 난리 치는곳.
잡아서 먹지도 않을거 그냥 구경만 하고가지 쯧쯧 ...
종달리 해변 쉼터.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되는
성산일출봉이 바로 저앞이다.
해변을 걷다보면 해녀상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젠 내게 무척 친숙한,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조각물이다.
귤 한봉지에 1000원.
저렇게 싸게 팔아도 되나 ~
21코스 종점 , 종달 바당에 도착.
만감이 교차하네 ~
우리 딸
생각보다 잘걷네 ~
제주에 와서 올레길을 걷고 있을때의
그 행복감은 뭐라 표현 할수가 없었는데 ~
이곳이 마지막이 아니라 다시 시작점이라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
오늘 같이 걸어준 아내와 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
앞으로 아내의 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해볼까 ~
기념 스탬프도 찍어본다.
내겐 소중한 기념품.
21코스 시작점으로 우리를 태워갈 택시를 기다리며 ~
발길을 돌리기가 아쉬워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
다음에 다시 이 길을 찾아오기를 기약하며 이제 발길을 돌린다.
댕큐 ~ 올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