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안의 섬 , 가파도 ...
예전에는 하루 왕복 배편이 얼마 없어 가고 싶어도 망설이고 미뤄 오다가
요즘은 배가 수시로 다녀서 이번에 쉽게 갔다 올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못가본 올레 코스는 18-1 추자도 코스인데 .......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곳이다.
5월 초파일 연휴를 맞아
가파도 , 마라도가는 사람들로
모슬포 선착장이 복잡다.
고기 잡이 배도 항구를 빠져 나가고 ~
마음을 비우러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분들은 가득 채워 오셔야 되겠지 ~
우리를 태우고 갈 삼영 21호
상당히 큰 배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배로 약 20분.
저 앞에 마라도 가는 배가 보인다.
배를 타고 가는 이 바닷길도 올레길 .
배에 부딪히는 파도가 길을 만들어 준다.
저 멀리 가파도가 보이고 ~
섬 제일 높은곳이 해발 20미터 조금 넘는다는데 ...
낮으막한 집들이 나를 반겨준다.
내 마음도 낮은곳으로 겸손해진다.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 지는 올레길 시작점.
시간이 정지된듯한 작은 섬속에서
느긋하게 발길을 옮겨 본다.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대문들 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 마음도 열려 있으리라 ~
급할것도 없고
서두를것도 없는 길위에서
파도소리 바람소리 벗 삼아
그냥 그렇게
눈 따로
발길 따로
마음 따로
내 몸 일부분들이 각자 저하고 싶은대로 맡겨 놓는다.
이젠 너무 친근해진 올레 표시가 길을 가르쳐 주고 ~
가파도 올레는 굳이 이 표시를 따르지 않아도
발길 가는대로 걷는게 바로 올레길인듯 ~
얘들 이름이 뭐지 ??
정글을 이루고 있네 ~
이런 텃밭 하나 있음 .......
밭갈다 허리 아프면 바다 한번 쳐다보고
땀나고 지치면 한라산 한번 쳐다보고 ~
그러고 보니 돌담 너머 묵혀 놓고 있는 텃밭이 많네 ~
제주도 와서 살게되면 가파도 와서 살까 ?
텃밭에서 야채 따먹고
바다에서 낚시해서 고기 잡아 먹고 ~
바다의 푸르름과
녹색의 풀들이 언제나 제주답다.
이 돌담길이 원조 제주 올레길.
길옆에 연자방아 ~
옛날에 쓰던 우물도 있고 ~~
이 우물물이 바로 원조 삼다수 ~
이집에 사는 분들은 정말 통이 큰 분들이네 ~
태평양을 앞마당 연못 삼고
한라산을 정원 동산으로 삼고 있으니 ~
저멀리 바다 건너 올레 11 코스가 지나는 모슬봉도 보이네 ~
올레길 걷는 가족들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올레길이 가져다준 의미는 참 다양할듯 ~
마음의 상처 입은 사람들에는 힐링 로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엔돌핀을 보충하는 이들에겐 해피로드 ~
섬 건너 저멀리
산방산의 실루엣이 보이고 ~
길섶의 작은 꽃들의 미소마저도
내겐 작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바닷가 이름 없는 돌들도 내겐 다 정답다.
제주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
제주를 걸어서 한바퀴 돌며
내 마음속 한숨소리 다 받아 들여준 바다
텅텅 비어 가던 내 머리속에 긍정과 삶의 힘을 불어 넣어준 바다
그 한없는 아량이 고마워 ~
거친 해풍에 말갛게 씻긴
꽃송이들이 해맑다.
올레길은 바닷가를 따라 계속 어디론가 이어지고 ~
이번 올레길은 모처럼 우리 가족 총 출동 ~
가파도 앞 바다에는 자연 방파제가 많네 ~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한풀 꺽여 들어온다.
길옆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만발했다.
돌아가던 풍차도 잠시 멈추고 꽃구경 , 사람구경 하는듯 ~
들풀도 바람 리듬에 맞춰 댄싱 ~고 고 ~
제주도 선인장은 아라비아에서 해류를 타고 200여년전
제주도에 상륙했다던데 ...
올레 14코스 월령리의 선인장 군락지가 생각나네 ~
5월 중순인데 아직 청보리가 남아 있다
얘들도 더이상 늙어서 누렇게 되는게 싫은 모양이네 ~
거센 제주 바람에 당당히 맞서있는 풍차가 멋있네 ~
너희들도 참 이쁘게 피었구나 ~
섬 일주도로를 만드느라 잘려 나간 절개지 같은데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여다 보는것 같아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저쪽 바닷가 정자 앞에서 왼쪽 언덕으로 길을 잡고 올라 볼까 ~
풍차 서있는 모습이
외계인 침공 영화의 한장면 같다 ~
길옆에 작은 동굴도 보이고 ~
사람이 살만한 공간은 아닌데 ~
고양이를 닮은 돌.
경상도 사투리로 고양이를 고냉이라 하는줄 알았는데 ~
제주도에서도 같은 사투리를 쓰네 ~
야자수 허수아비들이
만발한 야생화들을 지키고 있는듯 ~
오늘 따라 바다가 많이 잔잔하네
저멀리 모슬포가 어렴풋이 보인다.
해안길을 벗어나 언덕위로 나 있는 길위로 올라서니
상동포구에서 부터 걸어온 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에 올라서니 보리 밭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청보리의 푸른빛이 어느듯 누렇 누렇해졌네 ~
누렇게 잘 익은 보리들이 해풍에 흔들 흔들
황금 벌판을 이루었다
풍성한 자연의 결실속으로 들어가
살짝 한장 찍고 ~
보리밭 건너 저멀리 가파 초등학교가 보인다
이 학교 꼬마들은
숨바꼭질 할때 숨을곳 많아 좋겠다 ~ ㅎㅎ
바람과 햇빛에 따라 보리밭 풍경도 달라진다
마치 화가가 그려 놓은 그림 같은 보리밭.
깔끔한 한폭의 풍경
지붕이 보리밭과 맞닿았다
가파도에 와야만 볼수있는 풍경
어느집 담위에 올려진 돌하나 , 꽃 한송이.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 눈이 즐겁다
주인장 , 고맙수 ~
이쁜 조약돌로 쌓은 담에 둘러 싸인 보건소.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병이 다 나을듯한 분위기 ~
담너머로 살짝 들여본 어느집 마당에는
개양귀비와 화초가 만발해있다.
마을을 연결하는 상록수 길이 싱그럽다
이 보리밭 주인은
저녁지을 양식 만큼 보리를 베어 갔나 ??
가파초교 옆에 작은 공원도 있고 ~
공원 이름이 회을 공원
가파초등학교
운동장에 잔디가 곱게 깔려있다.
아이들의 꿈도 야자수나무 마냥 무럭무럭 자라길 ...
이렇게 밝고 아담한 분위기에서 공부하며 자라는 아이들은
심성도 밝고 맑을것 같다.
벽화에는 청보리 밭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다.
청보리의 풋풋한 푸르름이 아이들과 닮았다.
올레꾼들이 다니지 않는 마을 안길을 살짝 들어가 본다
모두들 일하러 나갔는지 조용 ~
집집에 거의 대문이 없네.
어 ?
가파도에 절도 있네 ~
부디 이 동네 분들 고기도 많이 잡고
무탈하게 잘 사시게 보살펴 주소서.
동네를 벗어나 바닷가로 향하는 길.
영남 알프스 억새 마냥
시시각각 보리밭 색깔이 바뀐다.
불어오는 바람에 기대어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귀에 간지럽다.
펼쳐진 보리밭 너머 산방산이 지척이다
폴짝 돋움하면 닿을듯 ~
보리 타작후에는 이 넓은 밭에 뭘 심을까 ?
보리밭 사이로 내어논 길이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그냥 부드러운 흙길이 그립다.
이 동네에 처녀 총각들은 없을까 ?
데이트 장소가 무궁무진 한데 ~
보리알이 실하게 익었네 ~
삶아서 푸성귀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한그릇 먹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 ~
이 황금보리 속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다.
얘들아
너거도 잘 따라왔제 ?
밭둑을 돌로 성을 쌓듯이 해두었다
동네 아이들 전쟁 놀이터로 딱 좋겠다.
가파도에도 낚시꾼이 많이 온다던데
이쪽은 별로 없네
포인트가 따로 있나 ?
바닷가에 다다르니
보리에 노랗게 물들었던 눈동자가
다시 파란색으로 돌아왔다
저 멀리 상동포구 선착장이 보이고 ~
가파도를 떠난다는 아쉬움에 모슬포에서 먹으려던 점심을
여기서 먹고 가기로한다.
1박2일 팀도 다녀 간듯 ~
보말 칼국수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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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
몸에 배인 해풍의 짭짜름함을 씻을까 싶어
사려니 숲길에 들렀다.
이쪽은 비자림로에서 시작하는 사려니 숲길 보단
탐방객이 적은것 같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더 한적하게 산책을 즐길수 있다
길이 넓어 산책때 햇빛 피할곳이 없는게 좀 그러네 ~
명상의 길
사려니 숲길을 아는 사람은
제주도를 그래도 2% 정도는 아는 사람 ~ ㅎㅎ
제주도 올레길 걷다보면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나무인데
마치 나무에 수많은 나방들이 앉아 있는듯 ...
우리들 발걸음 소리에 놀란 이숲의 주인이 급히 자리를 비켜준다.
미안 ~
놀라게 해서 ~~
금방이라도 숲속의 요정이 날아 다닐듯 ~
따각 따각 말 발굽 소리에 돌아다 보니
숲길 기마대 순찰팀이다.
가슴속 가득 피톤치드도 채웠으니
담에 제주 올때 까지는 버틸수 있겠지 ~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