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제주올레 14 - 1 : 저지마을 ~ 무릉 생태학교 : 18.8km

김할아버지 2011. 1. 4. 15:44

이 코스는 올레길중 유일하게 바다를 볼수 없는 길이다.

곶자왈. 그 사이로 길이 나있다.

나무와 덩굴식물,암석으로 제멋대로 이루어진 원시림을 곶자왈이라한다.

제주의 허파같은 숲이다.

빗물을 정화해 내고 온갖 동물들이 뛰어 노는 그런 숲이다.

 

 

이 숲에서는 겸손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 숲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나무와  여기 사는 모든 동물들이 그 주인이기에...

내가 걸어갈수 있게 허락해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출발지인 저지마을 도로변 가로수에 망을 씌워놨다.

특이한 광경이라  무척 재미있다.

작은 마을을 지나면 바로 저지 곶자왈 입구다.

꽉 찬듯한 숲으로 들어서니

어떤 에너지가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다.

중간에 문도지 오름이 있다.

커다란 간세가 오름 올라가는 문을 열어준다.

오름에서 놀던 말들이

사람이 다가가자 서로 잘 보이려는듯

힘겨루기를 한다.

나무를 이름모를 덩굴 식물이 휘감고 있다.

나무들 사이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보고있다.

 

문도지 오름 정상.

사람과 말들이 초원위에서 같이 어울린다.

그냥 주저 앉아 있고 싶은곳...

오름 정상에서 본 곶자왈.

멀리 한라산 자락 까지 숲 천지다.

햇볕조차 잘들지 않는다.

짙은 숲은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로 적막하다.

이 올레길은 가능한 두명이상 강추 !!

가끔씩 만나는 간세가 반갑다.

숲속을 들고 나는 대문 역활을 한다.

애인하고 오면 놀려 먹기 좋은 길이다.

살짝 숲속에 숨었다가...

튀어 나오면서....

우 ~~와 ~~앙 ~`

까꿍 ~

나 여기 있다 ~ ~

매년 봄이면 고사리 캐러 저 숲속에 들어 갔다가

두세명이 실종되는건 제주도 사람이면 다 안다.

이 숲에 들어 오면 무조건 가는수 밖에 없어서 좋다.

U턴도 안된다.

한번 결정하면 밀어 붙여야 하는 인생길과 같다.

가끔씩 나타나는 쬐끔 넓은 초지.

해바라기하면서 쉬어가기 좋다.

도시락도 까먹으면서...

막걸리 한잔하면 금상첨화고...

나무에 달린 올레 표시리본을 꼭 확인.

그렇지 않으면

길을 잃고 영원히 이숲의 주인(?)이 돼버린다.

저지 곶자왈을 빠져나오면

드넓은 오설록 녹차밭이 반긴다.

차한잔,빵 한조각 사서 먹고 간다.

녹차아이스크림도 판다.

새벽에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웅덩이.

돌멩이로 만든 올레 표시.

이길에서는

걷기보다

오물오물 기어가고 싶다.

한없이...

.

무릉 곶자왈.

몇시간 걸었더니

온몸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숲속 끝마을.

인향마을 앞에 예쁘게 꾸며놓은 시크릿 가든.

조금만 가면 이길의 끝이다.

...

...

...

 

2011년 새해 달력 앞에서

올해는 내가 어떤 길위에 서있을까 생각해본다.

달려가는 세월을 허겁지겁  뒤쫓기 보다는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나만의 세월을 만들며 살아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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